DRUNKEN KEVIN

방향이 없는 글

2015. 12. 1. 01:57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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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어떤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쓸 때가 많은데, 어떤 날은 아무런 주제 없이 있는 생각을 그대로 글로 적고 싶은 날이 있다. 아마 오늘이 그날인가보다. 요즘은 내 스스로 글감을 생각해서 적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발췌만 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고 살려고 하는 것 같다. 수년 전과는 다른다. 수년 전에는 그저 내 감정에 충실히, 아니 내 감정을 오픈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내 느낌도, 내 상념들도. 그런데, 뭐랄까? 지금은 굉장히 많이 안으로 말한다. 침묵하는 법을 깨달은 것처럼. 논쟁이 가져다주던 즐거움은 이내, 귀찮음이 되었고, 논리가 맞지 않는 상대와의 대화는 내 기운을 소모 시켜 나갔다.


 최근 들어 생각 없이 산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나 역시도 동의하고, 그냥 방향없이 하루하루 욕구에 충실하달까, 대부분이 노는 욕구, 먹는 욕구지만... 어째서일지 고민해보자면 뭐 답은 여전히도 모르겠다. 허전함 때문인지, 의존할 데가 없어서인지. 감정의 욕구보다 신체의 욕구에 충실하다. 동물처럼. 그래도 그렇게 사는 동지들이 많아서, 허전함은 조금 달래지는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왜 쓰고 앉아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냥 글을 쓰고 싶은 날인데, 내 속에 있는 것을 꺼낼 방법을 모르겠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조차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그냥 온통 모르겠다. 나는 요새 무슨 감정인지, 나는 요새 무엇을 고민하는지, 나는 요새 왜 책을 잘 안 읽는지, 나는 왜 요새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건지, 나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건지...


 상황이 만들어 냈음은 분명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것들. 소모적인 감정들, 소모적인 생각들, 소모적인 취미들, 소모적인 행동들. 방향이 없는 이 글처럼, 나도 지금 방향이 없이 그저 흘러 가고 있는 것 같다. 이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것이겠지.


 서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 했던가. 서른이 되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던가. 사실 지금은 아무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 이제 곧 만으로도 서른이 되고, 한국 나이로는 서른 둘이다. 근데 나이의 의미가 없다. 사회적으로 이 나이에 이거 해야 한다라는 것에 맞게 안 살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냥 이렇게 살아가도 되겠지. 방향이 없는 글처럼, 방향이 없는 내 지금의 삶처럼. 그냥 이렇게 살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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