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NKEN KEVIN

추석

2009. 10. 4. 23:54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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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영부영 어느새 추석이 지났다. 최근 명절들이 대부분 주말에 포진해 있다. 올 추석도 마찬가지로, 개천절이자 토요일. 온 가족들이 나이를 한살 두살 먹어가면서, 각자의 가정이 생겨서 모두 뿔뿔이 이제 사촌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나이다. 기껏해야 삼촌들이나 보는 정도.


 우리 가족은 크리스찬 가족이다. 하지만 정말 거듭난 사람은 몇 안 된다. 그저 제사를 드리지 않고 예배의 형식을 따르는 집안이랄까. 20년이 넘도록 찬송가 28장 '복의 근원 강림하사'와 350장 '사철에 봄바람 불어잇고'을 부른다. 가족 전부가 음치인 덕에, 예전 기독교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사촌 누나가 피아노 반주를 할 때 빼고는 엉망이다. 찬송가를 부르기 힘들정도로 웃기다. 말씀은 추석 가정 예배용 주보에 나와 있는 것을 읽는다. 핵심 부분 3구절과 결론을 읽고 마친다. 기도는 늘 할머니의 몫. 모든 가족에게 고루 축복할 수 있는 건 할머니 뿐이다. 얼마전 부터인가. 내가 기도를 한다. 어렵다. 보통 기도는 어렵지 않은데, 이렇게 일가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도를 하면 이상한 영에 억눌려 기도하기가 쉽지 않다.


 뭐 그렇게 형식적인 순서가 마치고 나면, 밥을 먹고 논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노는 것도 마땅치 않고 자는 공간도 마땅치 않아서, 5분 거리인 큰집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외갓댁도 잘 가지 않는다. 멀어서도 아니다. 뭐 이번엔 외조부모님께서 집으로 오셨지만.


 어느 샌가 추석이 재미없다. 가족들이 모이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냥 과제나 하러 가지. 여자친구 얼굴이나 한번 더 보지. 생각한다.


 추석의 유래나, 풍속들을 보면, 예전엔 다 했던 것들이다. 송편도 만들고, 윷놀이도 하고 벌초나 성묘도 가고, TV에서 씨름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송편은 사 먹고, 윷놀이는 사라지진지 오래. 벌초나 성묘는 차가 밀린다 하여 차후로 미루지만, 어떠한 이유로 가지 않는다. TV에서는 씨름은 안 하고, 재방송만 주구장창 틀어준다.


 재미없다. 추석. 사람이 재미 없어 졌기에, 바빠졌기에 추석이 재미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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