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NKEN KEVIN

20년

2011. 8. 15. 00:03

잡담
반응형


 어머니께서 가게를 오픈하신지 어느새 20년이 되어간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92년)때부터였으니까. 엄청 오래 하셨다. 그것도 한 자리에서, 1년에 딱 9일 쉬셨다. 구정과 추석, 여름휴가. 최근엔 몸이 부쩍 안 좋아지셔서, 매월 둘째, 넷째주 월요일에 쉬신다.


 음식점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음식점이란 거 생각보다 힘들다. 상을 차리고 치우고, 음식을 차리고 치우고. 손님들의 담배 냄새에, 술 꼬장, 심지어 난동을 피우는 사람들(예를 들면 가게 상을 엎고, 접시 다 깨고 돈 안 내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손님뿐만 아니다. 일 하시는 분들의 비위(?)도 맞춰야 한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은 어머니께서 주는 정만큼 어머니께 돌려드리지 않는다. 그 누구 하나 어머니를 걱정하고 팔을 걷고 먼저 나서는 사람이 하나 없었다. 늘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사람 쓰는게 제일 어렵다고.


 그렇게 어느새 20년이 다 되어간다. 뭐 내년 10월쯤이 되어야 딱 20년을 채우는 것이긴 하지만, 20년간 어머니는 뜨거운 불판 앞에서 일하셨다. 날카로운 부엌 칼 앞에서 일 하셨다. 뜨겁게 데인 화상자국과 날카롭게 베인 칼자국으로 두 아들을 대학교까지 나올 수 있게 하셨다. 학자금 대출이니 뭐니. 그런 걱정도 못하게 어머니는 뜨겁게 날카롭게 일 하셨다. 20년간...


 어제, 오늘 연휴를 맞이하여(?) 오랜만에 가게 일을 도와드렸다. 고2가 될 때까진 거의 매 주말마다 가게에서 일을 했었는데, 고3 면죄부를 받고, 대학생이 된 이후엔 잘 돕지 않았었다. 하루, 이틀 조금만 일을 해도 녹초가 된다. 제일 바쁜 주말에는 앉아 있을 시간 조차 없다.


 허리가 아프다. 시도 때도 없이 목이 마르고 땀이 난다. 나는 잠깐이지만, 나의 어머니는 20년간 그렇게 살아오셨다. 고맙고 죄송하고 자랑스럽다. 어머니는 항상 일 하느라 우리들을 돌볼 시간이 없어 미안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언젠가 이렇게 말씀드린 적이 있다.


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 하시는 모습을 보고 열정과 근성을 배웠으며, 그 어떠한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내를 배웠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가고자 하시는 것을 보고 배려와 협력을 배웠습니다. 당신께 사랑을 배웠고, 정을 배웠고, 인생을 배웠습니다. 당신은 나의 스승이십니다.


 물론 문장을 상당히 많이 가다듬고 살을 붙였다만, 저런 맥락으로 말씀드렸다.


 20년, 아니 27년간 고생해오신 부모님께 이제 쉼과 여가를 드리고 싶다. 어서 빨리 이 아들이 장성해야할텐데 말이다. 오늘은 괜시레 내가 작아지는 날이다. 그리고 왠지 두서가 없는 글을 쓴 날이다.


반응형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Clean the Guitar  (0) 2011.08.18
최근 한 달간의 노트(7/12~8/14)  (0) 2011.08.15
불방망이!!  (0) 2011.08.08
조용하다  (0) 2011.07.27
싫증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의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0) 2011.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