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통해 본 FTA
2011. 12. 8. 01:10 세상"나는 누군가에게 훈계할 성품이 되지 않는데, 훈계를 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실천하지도 않으면서 올바른 길을 가라거나 혹은 올바른 생각을 하라고 강요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결론은 Yes였다. 내가 바르게 실천하면서 충언을 하면 효과는 더 좋겠지만, 내가 가지 못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엉뚱한 길을 알려줄 수는 없는 것이다. 서론에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내가 아는 것이 많이 없지만 정보 공유를 통해서 더 알고 더 현명해지길 바래서일 것이다.
요즘 우리 나라의 핫 이슈는 아무래도 FTA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굉장히 찝찝하게 진행되고 있음은 자명하다. 그렇게 날치기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FTA가 무엇인지도, 하게 되면 무엇이 좋고 무엇이 안 좋은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위와 같은 내용들에 대해서는 구글링만 살짝 하더라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겠다. 어차피 내가 떠들어봤자 신뢰성도 없고 깊이도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포스팅하면서 장하준 교수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나온 부분을 조금 발췌하며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FTA에 관련해서 엄청나게 떠들어대는 ISD나 래칫 조항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없다. FTA 자체가, 자유무역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 나라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우리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내게는 여섯 살 난 아들이 있다. ... 아들은 나에게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지만, 스스로 생활비를 벌 충분한 능력이 있다. 나는 아들의 의식주 비용과 교육 및 의료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내 아들 또래의 아이들 수백만 명은 벌써부터 일을 하고 있다. ...
아이는 과잉보호를 받고 있으니 좀 더 생산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 아이가 경쟁에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노출될수록 미래에 아이의 발전에는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아이는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위의 논지는 자유 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의 논지와 일치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강대국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국가에게 똑똑해지며 부해지기보단, 당장의 밥 그릇을 챙기기를 권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대학을 나온 사람의 보수와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의 보수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정부)의 도움 없이 자립을 해야할 것인가. 부모의 도움으로 대학까지 나온 뒤 더 나은 상황을 맞이할 것인가. 물론, 여기서 경계해야할 부분은 부모의 과잉보호일 것이다. 과잉보호를 하면 분명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다. (더 깊게 들어가 잘 설명하고 싶지만, 역시나 지식이 짧아... 아쉽다.)
FTA는 좋은 것일까? FTA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도 많이 일어났다. 특히나 유명한 멕시코의 사례도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 멕시코의 사례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자유 무역으로 성공할 만한 개발도상국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멕시코였다. ...
자유 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은 자유 무역이 멕시코의 성장을 가속시켜 이익을 가져 왔다고 주장한다. NAFTA 이후 1994년에서 2002년 사이에 멕시코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해마다 1.8%씩 성장했는데, 1985년에서 1995년 사이의 성장률 0.1%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상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는 1980년대 중반에 이미 신자유주의로 전향한 만큼 NAFTA 이전 10년 역시 광범위한 무역 자유화가 이루어진 기간이다. 따라서 0.1%라는 성장률 역시 무역 자유화로 인한 결과라고 하겠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멕시코의 광범위한 무역 자유화는 수입 대체 산업화 시기에 정성들여 일구어 놓은 산업들을 모조리 파괴했고, 그에 따라 경제 성장의 둔화와 실업, 임금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
또한 책에서는 코트디부아르, 짐바브웨의 실패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그것은 바로 무역 자유화로 인해 빠져나오는 자본이 올바르게 유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FTA를 하게 되는 경우 자동차 산업에 이익을 가져다 주고 농업에 손해를 가져다준다고 보자. 그렇게 되면 자동차 산업에서의 이익을 가지고 손해를 보는 농업에 보상을 해야한다. 또한 여기서의 이익이 손해보다 커야 한다. 그래야 FTA가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이러한 이론이 잘못 되었다고 말한다. 이론이 잘못 되었기때문에 결과 또한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첫째, 이익이 손해보다 높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 또, 손해를 본 산업에 대한 보상 메커니즘(실업 급여 또는 의료/교육 보장 등)이 없거나 취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로 가난한 나라가 얻는 이득은 부자 나라들에 비해서 훨씬 불균등하게 분배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유 무역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글을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다.) 몇몇 단면들만 살펴보아도 FTA의 단점들이 보인다. 나는 FTA를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조건과 위에서 언급한 보상 시스템 등 여러가지 갖춰야할 기본 사양들이 있다. 그것들을 갖추고 FTA를 하더라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 나라의 기득권들은 국민들에게 (요새 유행하는 말로) 빅 엿을 줬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경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공부를 해야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더 큰 엿을 먹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 (뭔가 글이 길어지는데다가 졸려서 글을 끝낸 것 같다...)
덧) 장하준 교수의 책은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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