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NKEN KEVIN

굿바이

2021. 4. 5. 23:02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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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소문이 무성하던 그 소식이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었다.

 "망했다. 사업 없어진다."라는 얘기를 수없이 맞으며 지나온 계절들. 그 계절에도 내가 있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괜스레 시린 소식이다. 이전에도, 3년 정도 일했던 회사가 폐업을 신고했었으나 그때엔 사실 별 느낌이 없었다. 아무래도 눈 안에 들어 있지 않아서 그랬나 보다.

 

 이번엔 한편이 휑하다. 자그마치 8년. MC사업본부에서만 8년. 많은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이 땅 저 하늘, 많은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안겨주었던 시간들. 업무적인 만족도가 100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85점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었던, 어쩌면 그렇게 애쓰지도 노력을 안 하지도 않는 나와 궁합이 맞았던 회사.

 

 구성원이 문제였을까, 구조가 문제였을까, 임원이 문제였을까, 정말 문제가 사람에게 있긴 했던 것이었을까. 수많은 선배와 동기들이 고민하며 다녔던 회사다. 회사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며 쓴소리를 했었고, 정말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잘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돌아보면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아련한 시간들이 이제는 정말 손에 잡히지 않게 되어버렸다.

 

오늘 우연히 명함첩을 열었다가, 제일 앞에 꽂아두었던 신입사원 때의 명함을 발견했다.

 타의로 MC사업본부 내에서 움직였고, 자의로 전자 내에서 움직였고, 또다시 타의로 전자 내에서, 그리고 마지막 자의로 10년 전자 생활을 마쳤다. 결국 같지만 조금 다른 곳에 있는 입장인지라, 이 소식이 너무나도 가깝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의 사람들이야 어차피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고, 계속해서 가까운 곳에 있을 것이지만, 이제 LG에게 휴대폰 사업부라는 것은 없다. 정말, 이별이다.

 

 고생했다, 나와 함께 했던 8년아. (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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