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NKEN KEVIN

[도서리뷰]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2011. 5. 23. 21:37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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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양봉 저녁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서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 철쭉꽃 길을 따라

온 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퉁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 낙장불입 시인의 시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지리산으로 귀농한 여러 사람들과 지리산을 집으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지리산 행복학교에 나오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공지영 작가와 친분이 있는 시인들이 주인공이라 보통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인물들인 것 같지만, 그래도 책의 주인공들은(혹은 작가가) 간간히 말한다.


 삶에 지친 이들이여, 삶의 목표, 방향을 상실한 이들이여, 지리산으로 오라!


 물론 나만 그렇게 들렸는지는 모르겠다. 과거에 공지영 작가가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언급했던 지리산의 친구들(?) 이야기를 책으로 접해보니 또 신선하고 동경을 하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지리산을 살아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이 있는 여유로운 삶, 행복한 삶, 느린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직 사회 초년생이라 무릎을 탁! 치고 지리산으로 달려갈 정도는 아니지만, 10년, 20년 뒤에 내가 지리산을 간다면 아마 이 책덕분일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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