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NKEN KEVIN 드렁큰 케븐

LOST

2011. 11. 24. 09:37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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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을 보면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여주인공과 그 안타까움과 아픔을 사랑으로 승화하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가 화제다. 과거에 했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비슷한 소재로 흥행에 성공한 적이 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 그만큼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억, 추억, 사랑했던 그 모든 것이 백지로 돌아간다는 것. 망각, 그 단어 자체로도 충분히 슬프다.


 우리는 즐거웠던 과거 추억들의 자리에 가까운 추억들을 위치시킨다. 과거의 추억들은 더 깊은 골방에 들어가게 되어 버린다. 정말 가끔, 아주 가끔 꺼내볼 수 있는 골방에 추억들은 위치하게 된다. 골방에 위치한 추억들은 특정한 사건이나 장소에 다다르게 되면 열어보게 된다. 그리고 그리워하고 아까워 한다. 또 추억한다.


 그런데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가 사라진다. 예를 들면, 옛날에 내가 살던 집이 허물어지고 새 건물이 들어온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가 소송에 걸리고 폐업 신고 직전이다. 함께 하던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 추억을 골방에서 꺼낼 수 있는 매개체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 골방에서 꺼내 볼 수 있던 추억들이 집 밖에 있는 창고로 들어간다. 골방보다 더 멀리 있는 그만큼 자주 접할 수 없는 창고로.


 이제 창고로 들어간 내 추억들은 내 자신에게 잊혀질테지. 그리고 몇년에 한번 창고에 들리면 그 추억들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난 그립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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