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스크랩] 여행의 기술
2026. 5. 19. 13:05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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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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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기대에 대하여
이 팸플릿을 만든 사람들은 어두운 직관을 통해, 야자나무, 맑은 하늘, 하얀 해변을 보여주는 노출 과다의 사진들, 지성을 모욕하고 자유의지를 무너뜨리는 힘을 지닌 이런 사진들에 사람들이 쉽게 현혹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삶의 다른 영역에서라면 회의와 신중을 자랑할 만한 사람들도 이런 요소들과 마주치면 원시적인 순수와 낙관의 상태로 돌아가고 말았다. 실제로 사람들은 이런 팸플릿을 보고도 강한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
가계에 파탄을 일으킬 정도로 돈이 많이 드는 긴 여행이 열대의 바람에 살짝 기울어진 야자나무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될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기도 했다.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예술 작품에서도 상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단순화와 선택이 이루어진다. 예술적인 이야기들은 현실이 우리에게 강제하는 것들을 뭉텅 생략 해버린다.
귀중한 요소들은 현실보다는 예술과 기대 속에서 더 쉽게 경험하게 된다. 기대감에 찬 상상력과 예술의 상상력은 생략과 압축을 감행한다. 이런 상상력은 따분한 시간들을 잘라내고, 우리 관심을 곧바로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간다. 이렇게 해서 굳이 거짓말을 하거나 꾸미지 않고도 삶에 생동감과 일관성을 부여하는데, 이것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보푸라기로 가득한 현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위스망스의 말에 따르면 데제생트는 "상상력은 실제 경험이라는 천박한 현실보다 훨씬 나은 대체물을 제공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이런 이륙에는 심리적인 쾌감도 있다. 비행기의 빠른 상승은 변화의 전형적인 상징이다. 우리는 비행기의 힘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 자신의 삶에서 이와 유사한 결정적인 변화를 상상하며, 우리 역시 언젠가는 지금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많은 억압들 위로 솟구칠 수 있다고 상상한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 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 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모든 운송 수단 가운데 생각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마 기차일 것이다. 배나 비행기에서 보는 풍경은 단조로워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열차에서 보는 풍경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 열차 밖의 풍경은 안달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그러면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 인다. 이 풍경을 통해 우리는 잠깐 사적인 영역들을 보고 영감을 얻기도 한다.
동기
호기심에 대하여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
그는 괴테의 문장을 인용했다. "나는 나의 활동에 보탬이 되거나 직접적으로 활력을 부여하지 않고 단순히 나를 가르치기만 하는 모든 것을 싫어한다.”
과거의 위대함을 숙고함으로써 힘을 얻고, 인간의 삶이 영광스러운 것임을 느낌으로써 영감을 얻는
그는 오래된 건물들을 보며 "자신이 완전히 우연적이고 자의적인 존재가 아니라, 과거로부터의 상속자이자 꽃이자 열매로서 성장해왔으며, 따라서 자신의 존재는 용서받을 수 있고 또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행복”을 느끼게 된다.
안내 책자가 어떤 유적지를 찬양한다는 것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위 있는 평가에 부응할 만한 태도를 보이라고 압력을 넣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안내 책자가 입을 다물고 있는 곳에서는 기쁨이나 흥미가 보장되지 않을 것 같았다.
여행자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물을 볼 때는 질문이 떠오르지 않으며, 질문이 없으므로 흥분도 일어나지 않는다. 보통은 질문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뭔가가 떠오를 때는, 엉뚱한 것이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
풍경
숭고함에 대하여
워즈워스는 우리 영혼에 유익한 감정들을 느끼기 위해 풍경 속을 돌아다녀보라고 권했다. 나는 작아진 느낌을 얻기 위해 사막으로 출발했다.
어떤 장소에서 느끼는 감정이 적절한 한 단어로 표현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초가을 저녁 날빛이 희미해지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 또는 빈터에서 전혀 움직임이 없는 물웅덩이와 마주쳤을 때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려면 이런저런 말들을 어색하게 잔뜩 쌓게 되기 마련이다.
하느님은 착하게 살았는데도 왜 고난을 겪어야 하느냐는 욥의 질문을 받자 욥의 눈길을 자연의 엄청난 현상으로 돌린다. 하느님은 말한다. 일이 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놀라지 마라. 우주는 너보다 더 크다. 일이 네 뜻대로 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놀라지 마라. 너는 우주의 논리를 헤아릴 수 없다. 산 옆에 있으면 네가 얼마나 작은지 보아라. 너보 다 큰 것,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여라. 세상이 너한테는 비논리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그 자체로 비논리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 삶이 모든 것의 척도는 아니다. 숭고한 곳들을 생각하면서 인간의 하찮음과 연약함을 생각하도록 하라.
예술
눈을 열어주는 미술에 대하여
우리가 어떤 장소를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은 이렇다 할 자극이 없어 그곳이 제대로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어떤 불행하지만 무작위적인 연상에 의해 등을 돌리게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니체는 <사실주의 화가> 라는 제목의 광시에서 조롱하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자연에 완전히 진실하라!"-이런 거짓말이 어디 있는가.
자연을 어떻게 속박하여 그림 속에 집어넣을 수 있겠는가?
자연 가운데 아무리 작은 조각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무한하다!
따라서 화가는 자연 가운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그린다.
화가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자기가 그릴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가 관객으로서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장면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특징을 그 화가가 골라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화가가 어떤 장소를 규정할 만한 특징을 매우 예리하게 선별해냈다면, 우리는 그 풍경을 여행할 때 그 위대한 화가가 그곳에서 본 것을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 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의미가 있었노라"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우리가 결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곳에서만 자주 나타나거나, 계절과 빛과 날씨가 보기 드물게 조화를 이룬 결과로 나타나곤 한다.
한 장인은 강의를 끝내면서 러스킨이 자신을 포함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자,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데생을 가르치려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보는 것을 가르치려 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귀환
습관에 대하여
모든 것에 잠재적인 흥밋거리가 있고, 가치들이 층층이 잠복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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