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NKEN KEVIN

내가 교회를 안 가게 된 이유

2014. 10. 7. 23:55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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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호이마의 꼬마 천사들


 오늘 오랫동안 몸 담고 있던 교회 동생들을 만나서 그런가.. 괜시리 이렇게 끄적이고 싶어졌다.


 교회에 안 나가게 된 이유들에 대해서 긴 시간동안 내 머리 속에 이러한 생각들로 채웠었다. 목회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교회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들어서, 교회 성도들이 하고 다니는 꼴이 못마땅해서. 핑계였다. 목회자 보고 다닌 것도 아니고, 교회 시스템을 보고 다닌 것도 아니었다. 교회 성도들이 무엇을 하던 내가 판단하고 정죄할 자격이 없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내 머리를 채운 것은 내 자신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교회를 다닌 것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였다. 집 앞에 있는 교회를 다니고, 친구 아버지가 목사로 계시던 교회를 다니고. 커서는 동네에서 나름 큰 교회에 다녔다. 그 당시에는 교회를 다니는 것이 참 좋았다. 교회가 주는 느낌이 좋았고, 교회 형, 누나들이 챙겨 주는 것이 좋았고, 교회 친구들과의 교제가 좋았다. 교회에서 배우던 기타도, 음향 시스템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가르침이 좋았다. 그랬으니 대학 시절에 예수전도단에 들어 갔던 것 같다. 예수님을 배우고, 그 삶을 지향하며 살아가기로 마음도 먹었다. 참 좋았다. 봉사하는 것이 좋았고, 말씀을 나누는 것이 좋았다. 그 시절의 나는 참되고 진실된 나를 찾은 기분이었다.


인지 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

 우리의 신념 간에 또는 신념과 실제로 보는 것 간에 불일치나 비일관성이 있을 때 생기는 것으로, 인지 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개인이 믿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 간의 차이가 불편하듯이 인지 간의 불일치가 불편하므로 사람들은 이 불일치를 제거하려 한다. 인지 부조화 이론에서 나온 결과 중 하나는 자신의 태도(나는 따분한 일은 좋아하지 않아)와 일치하지 않는 과제(적은 보수를 받고 무엇인가 따분한 일을 하기)에 참여하면 태도가 행동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는 불일치에서 생긴 ‘부조화 압력’ (그 과제가 정말로 그렇게 따분하지는 않아)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었다. 대략 따져 5~6년간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는 인지부조화에 빠져버렸다. 더 이상 예수님의 말씀보다 세상에서의 수많은 즐길 거리들이 더 좋게 되었다. 술이 좋고, 담배가 좋고, 성적인 것들이 좋았다. 내가 배척하는 것들이 좋아하는 것이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이제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내가 지향하던 곳은 내가 지향하던 것들을 좋게 보지 않는 곳이 되었다. 교회를 가면 나는 가식적인 사람이 되었다. 진실된 나를 바라보던 곳이 진실된 나를 가리는 곳이 되었다. 나는 가식적인 내가 싫었다. 진실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싫어졌다. 그래서 나는 교회를 안 가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다시 돌아가보려고 꽤나 많이 시도해보았지만, 이미 싫어진 것은 싫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주일(일요일)에 교회를 가지 않는다. 내가 교회를 안 가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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