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의 외로움
2013. 10. 23. 21:53 잡담
지방에서 수 년간을 살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기대하던 서울에 취직을 했다. 조그만 회사란다. 정확히 뭘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회사이다. 첫 출근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을 한다. 열심히 배우며 일을 하지만, 무언가가 허전하다. 월급이 나왔다. 첫 월급을 받았으니 회식이란다. 팀장이 부른다. 열심히 돈 모아서 남들 다하는 결혼, 제 때 하란다. 요새 전셋값이 얼만데. 회식 다음 날은 힘들다. 팀장은 새벽 댓바람부터 나왔단다. 나는 지각이다. 혼난다. 대리님이 담배나 한대 피잔다. 회사 테라스로 나간다. 옆 건물에 가로 막혀서 머리 위를 봐야만 희뿌연 하늘이 보인다. 갑갑하다. 대리님이 열심히 하란다. 지금 아는 것은 없지만, 니가 노력해야지 된단다. 그래서 야근이다. 잔다. 일어난다. 금요일이다. 서울에서 근무 중인 친구들이 강남에서 모였다. 역시 친구들과 만날 때 제일 신난다. 마신다. 마신다. 당구를 친다. 마신다. 마신다. 노래방에 간다. 마신다. 마신다. 아침이다. 주말이다. 취미 생활이라도 해볼까 하다가 TV를 틀고 뒹군다. 어느새 개그 콘서트가 한다. 아, 자야 한다. 외롭다. 즐겁게 놀았는데, 왠지 눈물이 난다.
물론, 내 얘기 아닌 가상의 얘기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을 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 이제 내 나이대에 친구들 사이에선 흔한 얘기이다. 돈을 벌고, 친구를 만나고, 스트레스를 풀고, 사람들과 싸우고, 할 일을 하고, 취미 생활을 하고.
여자 친구가 있든 없든,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누구나 개인적인 고민을 갖고 살아간다. 그것은 아마 업무, 개인적인 성취, 취미, 가정 등의 문제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공부를 하기도, 책을 읽기도, 얘기를 하기도,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기도, 여행을 떠나기도, 악기를 연주 하기도,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이런 저런 답안들을 받게 되지만, 결국 모든 고민의 답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 과정에서 마음이 아프기도, 후회가 밀려오기도,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감정들의 변화 가운데에도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혼자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혼자서 해결할지언정, 선택할지언정 절대 개인주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절대 이기주의가 되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선택이 나를 위한 선택이 되겠지만, 그것이 나'만'을 위한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 프로의 제목처럼 '나 혼자 산다'의 세상은 아니기 때문에. 나 혼자 산다. 이 얼마나 외로운 말인가.
다른 모든 이들의 도움에 근거하며 살아가는 인간 각자에게는 타자에 대한 부채와 책임이 있다. 앞 세대가 이루어낸 업적에 근거하여 살아 왔기에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이 있다.
- 레옹 부르주아
돈을 가장 행복하게 쓰는 방법은 남에게 쓰는 방법이라고 했던가. 오늘 밤, 이 거리를 나가 내 사람들을 만나 행복을 나눠야겠다. 그래, 당신 이리로 오게. 나와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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