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수능 본 지 10년
2013. 11. 7. 12:00 잡담수능 보고 대학 간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그 당시 시험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어, 수능도 무난하게 칠 줄 알았던 나는. 1교시부터 멘붕에 부딪혔다. 언어 영어 듣기 평가가 시작되면서 눈과 귀가 멀었다. 시험지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듣기 평가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식은 땀마저 흘렀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1년 더 공부해야하나? 이걸 집에 어떻게 말하지? 생각을 접고 문제를 풀기까지 꽤 오랜 시간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맞이한 쉬는 시간. 이때도 엄청난 고민들이 나를 붙잡았다. 어차피 망한 거 집에 가자. 내년에 다시 보자. 욕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도, 그래도 끝까지 보자는 심정으로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결과적으로 언어 영역은 반타작을 했다. 120점 만점에 60점 정도 나왔으니.
그래도 이과인 덕에, 대학은 갈 수 있었다. 수.과.외만 보는 학교가 있었느니까. 원하던 대학은 못 갔다. 그래도 그냥 저냥 다녔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후회도 되지만, 미련도 없다. 어차피 다시 봐도 비슷한 점수였겠지.
수능 시즌엔 수많은 뉴스들이 나온다. 기도하는 부모님. 지각한 아이들. 자살한 아이들. 병에 걸린 아이들. 짧게는 1년 길게는 6~7년에 가까운 시간을 수능에 올인하는 것과 같다. 단 하루에. 그래서 기쁨도 크겠지만, 절망감도 크다. 기대도 크고, 실망도 크다. 노력의 시간을 주고, 해방이라는 새로운 시간을 받는다.
그랬으면 좋겠다.
- 절망 하지 않기
- 후회 하지 않기
- 자책 하지 않기
- 자살 하지 않기
- 그 동안 노력한 자신을 사랑하기
- 그 동안 보살펴 준 부모님께 감사하기
- 앞으로의 시간을 계획하기
- 앞으로의 시간을 즐기기
- 다시 도전한다고 해도 웃음을 잃지 않기
- 수능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 말기, 단지 지나갈 한 관문이라고 생각하기
작으면 작다고, 크면 크다고 할 이벤트, 수능이다. 내 노력의 결과물이며, 물심 투자에 대한 결과이다. 그렇다고 끝이 아니다. 그것만 명심했으면 좋겠다. 살아가면서 치뤄야할 이벤트는 너무나 많다. 그러니, 하나의 이벤트를 끝냈음에 즐거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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